탈장(hernia)은 우리 신체의 장기(주로 소장)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조직을 통해 빠져나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고에 따르면 인구의 거의 10% 정도가 일생에 한 번은 탈장이 발생한다고 하며 치핵 수술, 충수염 수술 등과 함께 가장 흔한 수술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탈장의 분류 및 원인, 증상, 치료 등 탈장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분류 및 기전
서혜부 탈장(inguinal hernia)
가장 흔한 탈장(모든 탈장의 75%)으로 다리와 몸통이 만나는 샅(사타구니) 쪽에 발생합니다. 기전, 위치에 따라 직접 서혜부탈장(direct inguinal hernia) 및 간접 서혜부탈장(indirect inguinal hernia)으로 분류됩니다.
직접 서혜부탈장(direct inguinal hernia)
탈장낭(hernia sac)이 서혜부의 하셀바흐 삼각(Hesselbach triangle)의 약해진 횡복근막(transversalis fascia) 부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통과한 상태를 말합니다. 아랫배벽동맥(inerior epigastric artery)의 안쪽(medial)에서 탈장이 생깁니다.
간접 서혜부탈장(indirect inguinal hernia)
간접 서혜부탈장은 어린이에게 좀 더 많이 발생합니다. 태아시기에 복강 내에서 형성된 고환(testis)은 태어나기 전에 음낭(scrotum)으로 내려와 위치하게 되는데 내려온 길(processus vaginalis)이 정상적으로는 없어져야 하지만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 탈장낭이 이 길을 통해 음낭까지 내려오는 간접 서혜부탈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랫배벽동맥의 가측(lateral)에서 탈장이 발생합니다.
서혜부탈장의 기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된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쉽게 이해가 되고 공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흔 탈장(Incisional hernia)
대체로 외과적 복부 수술 후 흉터 부위로 탈장이 발생하는 것을 반흔 탈장이라고 합니다. 큰 상처는 물론이고 복강경 수술과 같은 작은 상처를 통해서도 탈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배꼽 탈장(umbilical hernia)
배꼽 부위에 구멍이 남아 있으면서 복강 내 압력을 증가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때 배꼽 탈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퇴 탈장(femoral hernia)
대퇴 탈장은 서혜부 쪽에서 좀 더 다리 쪽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 외
Spigelian hernia(lateral ventral hernia), Obturator hernia, Richter hernia 등이 있습니다.
2. 탈장의 원인
어떤 종류의 탈장이든 간에 복부의 압력이 올라가는 어떠한 상황, 원인에 의해 복벽의 국소적으로 약해진 부위로 탈장낭이 빠져나오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 임신, 간경화 등으로 인한 복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전립선 비대 등은 복강 내압을 만성적으로 높여 탈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비만,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것, 웨이트 트레이닝, 장기간 서서 하는 일, 변을 볼 때 힘을 심하게 주는 경우, 만성 기침 등도 위험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유전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흡연은 탈장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 반흔 탈장에서는 상처 감염 및 부적절한 상처 치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남성이 여성에 비해 탈장이 더 잘 생기지만 대퇴 탈장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3. 탈장의 증상
- 탈장이 된 부위의 피부 아래에 덩어리가 만져집니다. 초기에는 작고 알아보기 힘들지만 점차 진행하면서 덩어리가 커지면서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 기침을 하거나 일어서 있을 때, 무언가를 들 때 덩어리가 더 도드라 집니다.
- 사타구니 쪽에 힘이 빠지거나 묵직한 느낌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간접 서혜부탈장의 경우 고환이 붓거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초기에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탈장된 장기가 제자리로 환원되지 않고 탈장된 상태로 시간이 흐르게 되면 감돈(incarceration)되면서 덩어리를 누르면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복통, 구토, 발열 등의 장폐색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탈장된 상태로 장이 원래 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끼어있는 상태를 감돈이라고 하는데 감돈 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의 혈액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장이 썩게 됩니다. 이를 교액(strangulation) 상태라고 하는데 교액상태가 오래 가게 되면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의 치명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실제 탈장 환자의 외관 사진들
4. 검사
- 복부 초음파 : 많은 이점이 있으나 숙련된 시행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도플러 검사를 통해 감돈 및 교액의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복부 CT : 탈장의 진단을 내리는데 유용하며 감돈 및 교액이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있습니다.
- 대퇴 탈장의 경우 femoral canal을 통과하며 common femoral vein의 내측으로 탈장낭이 지나갑니다. 탈장낭이 보통 femoral vein을 누르는 소견을 보이며 서혜부탈장에서는 이러한 소견이 보이지 않아 감별에 도움이 됩니다.
5. 치료
도수 정복(closed reduction)
- 손으로 튀어나와 있는 탈장낭을 밀어 넣습니다. 손으로 탈장 부위를 부드럽게 주무르거나 탈장낭을 살짝 당긴 후 내용물을 밀어 넣어주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아래 동영상 참조).
- 감돈 되지 않은 서혜부탈장과 배꼽탈장은 정복이 잘 되는 편입니다.
- 감돈(incarceration)된 상태이지만 아직 교액(strangulation)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면 응급실에서 한 두 번의 도수 정복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감돈 된 탈장을 정복시켰을 경우 장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24시간 이상 병원에서 관찰이 필요합니다.
- 약물을 통해 적절한 통증 조절을 해주어야 통증으로 인한 복압의 상승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교액이 의심되는 환자는 도수 정복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괴사 되고 썩은 장이 복강 내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면 장 천공 및 패혈증의 위험이 있습니다.
- 도수 정복 후에도 명백한 복통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도수 정복의 드문 합병증인 "reduction en mass"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감돈 된 탈장낭이 도수 정복되어 복강 내로 들어갔으나 여전히 bowel loop가 탈장낭 내에 남아있으면서 장이 감돈 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말합니다.
- 드물지만 심각한 합병증이므로 CT와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빨리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 탈장이 잘 정복되었다면 추후 일정을 잡아 정규수술(elective surgery)을 시행합니다.
- 약한 복벽을 교정, 강화하는 수술을 시행하며 조직 구조물을 당겨서 1차 봉합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고 최근에는 인공막을 이용해 복벽을 보강하는 수술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것이 회복도 빠르고 통증도 적어서 선호되지만 개복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수술 방법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대퇴탈장의 경우 감돈, 교액의 합병증이 잘 생기므로 빠른 외과적 협진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 이미 교액이 의심되는 상태라면 응급 수술이 필요하며 광범위 항생제 및 수액 소생술 치료가 필요합니다.
6. Advice in ER
탈장은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응급실에서 탈장 환자를 보는 일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응급실에 복통 등을 호소하여 내원하는 탈장 환자의 경우 감돈탈장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CT촬영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퇴탈장의 경우 예후가 더 안 좋을 수 있으므로 서혜부탈장과 잘 구분해야 합니다. xray에서 탈장으로 인한 기계적 장폐색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액 탈장이 아닌 경우에는 응급실에서 도수 정복을 시도해 볼 수 있으나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빠른 외과적 협진을 진행합니다. 교액 탈장이 의심되는 경우 응급 수술을 요하므로 빠른 협진 및 초기 소생술 치료를 시행합니다.
Reference)
Tintinalli's Emergency Medicine 9th edition
네이버,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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