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사람을 진찰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을 표시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질병) 상태를 증명하는 서류를 진단서(Medical Certificate)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진단서가 있는데 일반진단서, 상해진단서, 사망진단서, 시체검안서, 출생증명서, 사산증명서, 사태증명서, 소견서, 감정서 등이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사망진단서(Death Certificate)의 작성방법 및 지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서론
사망의 증명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하는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 한 개인의 사망을 증명하는 일 : 사망진단서로 관청에 사망신고를 하면 그 사람은 비로소 법률적 사망이 인정됩니다. 사망신고와 더불어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려면 사망진단서가 필요합니다.
- 사망원인 통계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사망원인 통계는 국민 보건이나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정책 등을 수립하는 데에 기초 자료가 됩니다.
마지막 진료
- 진료하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하였다면 다시 진료하지 않더라도 사망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습니다.
- 당해 질병으로 사망할 것을 추정한 환자가 예측한 바와 같은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다시 진료하지 않아도 48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사망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최종 진료 시간은 마지막으로 환자와 얼굴을 맞댄 시각이 아니라 환자가 의사의 관리, 감독을 벗어난, 즉 병원에서 퇴원한 시각이라고 봅니다.
2. 내용
신원확인
- 서식에 있는 성명, 성별,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직업, 등록지준지(본적), 주소 등을 기록합니다.
- 신원을 알 수 없다면 이름 등을 알 수 없으므로 "알 수 없음"으로 기재하거나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 생년월일은 실제 생년월일을 쓰고 주소는 주민등록증에 있는 주소 또는 실제 주소를 씁니다.
발병 일시
- 발병 일시는 원사인이 발병한 연월일입니다.
- 교통사고 같은 외상이나 갑자기 생긴 흉통으로 진단된 심근경색의 같은 경우 발병일시가 명확하지만 만성 질환 대부분은 질병의 발병 일시를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 발병은 생물학적 발병이 아닌 의료적(임상적) 발병입니다.
- 예를 들어 3개월 전부터 매우 피곤했는데 오늘 간경변증으로 진단되었다면 발병일은 3개월 전입니다.
- 또 두 달 전부터 소화가 잘 안 되었는데 내시경으로 위암을 진단하였다면 발병일은 두 달 전입니다.
-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되었다면 건강검진을 한 날이 발병일입니다.
- 일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발병 일시를 24시간제에 따라 기재합니다. 하지만 만성 질환이라면 "3개월 전"처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망 일시
- 의사가 입회하였다면 사망 일시를 정확하게 기재할 수 있습니다.
- 이미 사망한 채로 왔거나 검안을 하게 된다면 가족이나 발견자, 119 구급대의 진술에 따라 사망 시각을 판단합니다.
- 진술한 바와 같은 사망 추정 시각과 주검의 사후변화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 확인하고 진술한 대로 사망시각을 "2023년 5월 15일 22시 00분(119 구급대 진술에 의함)"이라고 기재합니다.
-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면 발견한 시각을 쓰고 "(목격자가 발견한 시각)"이라고만 기재합니다.
- 의학적 판단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지만 결국 소생하지 못했다면 심폐소생술을 마친 때를 사망 시각으로 합니다.
- 다만 이미 사망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가족 등이 심폐소생술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이때에는 의학적 판단이 아니었으므로 사망 시각은 소생술 이전이어야 합니다.
사망 원인
사망원인(Cause of Death, COD)은 왜 사망하였는가에 해당하는 의학적 이유입니다. 사망원인에 해당하는 진단명은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를 따라야 합니다.
- 사망원인이란 사망을 유발했거나 사망에 영향을 미친 모든 질병, 병태 및 손상, 손상을 일으킨 사고 또는 폭력의 상황을 말합니다.
- 원사인(Underlying COD)은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이나 손상 또는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고나 폭력의 상황을 말합니다.
- 가장 나중에 사망을 초래한 상태(Immediaate COD)를 첫 줄 (가) 직접 사인에 기재합니다. 이 칸은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 직접 사인으로 사망을 설명할 수 있으면 다른 칸은 비워도 상관없습니다.
- 예를 들어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하였다면 직접 사인에 "익사"만 기록해도 충분합니다.
- 직접 사망에 이르게 된 경과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진단명이 필요하다면 각 경과를 역순으로 한 칸에 한 진단명을 기록합니다.
- 직접사인의 원인을 (나) (가)의 원인에 기록하고 다시 그 원인을 (다) (나)의 원인, 다시 그 원인을 아래칸에 기재합니다. (나) (다) (라)에는 직접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기재합니다.
- 사망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mode of death)은 기록할 수 없습니다.
- 만약 사망원인을 알 수 없다면 "불상" 또는 "알 수 없음"(unknown)이라고 기록합니다.
- 진단명은 한글로 씁니다.
- (가)부터 (라)까지와는 관계없는 그 밖의 신체상황 칸에는 인과관계라는 측면에서 직접사인과 무관하지만 사망의 시기를 앞당기거나 사망의 과정을 촉진하는 등으로 사망에 관여한 질병 상태를 기록합니다.
사망의 종류
사망의 종류는 "어떻게"에 해당하며 법률적 사망원인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자연사(병사) 했다면 법이 개입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외인사라면 다시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자살이 확실하면 더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타살이면 가해자 또는 살인자를 찾아 벌해야 합니다. 사고사라면 즉 자기 과실이나 천재지변으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면 법이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과실 때문에 사망하였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 사망의 종류는 대개 원사인에 따라 결정됩니다. 원사인이 외상이고 외상의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면, 사망의 종류는 외상이 생긴 상황에 따라 자살, 타살, 사고사로 결정합니다.
- 외인사인 줄은 알겠으나 자살, 타살, 사고사를 구별할 수 없으면 분류 불능(Unclassified)이라고 하고 병사와 외인사도 구별이 안되면 불상(Undetermined)이라고 합니다.
- 사망원인이 질병임에도 사망의 종류가 외인사, 심지어 타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행을 당한 노인에게 사망원인은 뇌출혈이었지만 뇌출혈이 폭행 이전에는 없다가 폭행 때문에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으로 뇌출혈이 생겼다면, 폭행치사 또는 상해치사에 해당하는 타살일 수 있습니다.
- 이처럼 수사를 해야 알 수 있는 사망의 종류도 있는데, 이런 정도의 사례에서는 설사 의사가 사망의 종류를 잘못 선택하였을지라도 비난을 받지는 않습니다.
- 다만 교통사고 손상의 합병증으로 사망하였음에도 병사를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3. 사망원인 기재 방법
원사인과 선행사인은 다른가?
원사인(Underlying COD)은 환자가 사망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 즉 환자가 사망한 원인을 대표하는 사안입니다. 선행사인(Antecedent COD)은 직접사인의 원인처럼 바로 뒤 결과를 초래한 앞선 원인이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가장 최초의 선행사인이 원사인입니다.
원사인 및 직접사인 결정
- 만약 간암 환자가 식도정맥류 파열로 사망했다면 대개의 과정은 B형 간염-> 만성 활동성 간염 -> 간경변증 -> 식도정맥류 파열 -> 저혈량성 쇼크 -> 사망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직접사인을 저혈량성 쇼크라 하고 그 원인을 차례대로 기재하면 됩니다.
- 하지만 사망원인은 사망에 이르게 한 일련의 과정을 증명하는 것이지 질병의 인과관계만을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 즉 B형 간염이나 만성 간염의 단계는 비록 질병이 있었지만 사회 활동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수준이었으므로 사망원인에 포함할 수 없으며 환자가 사망의 과정을 시작한 단계는 간경변증이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원사인은 간경변증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타당합니다.
- 또한 직접사인을 저혈량성 쇼크라고 했으나 이 역시 식도정맥류 파열로 짧은 시간에 사망한다면 피할 수 없는 당연한 과정이므로 직접사인은 식도정맥류 파열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만약 저혈량성 쇼크가 직접사인이라면 그다음에 나타난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뇌간의 저산소증, 호흡중추 마비 등도 직접사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 직접사인은 진단명 또는 주요 합병증으로 국한해야 합니다.
사망원인: 불상
- 사망원인을 알 수 없으면 "불상(미상)" 또는 "알 수 없음"으로 기록합니다.
- 지나친 추측으로 객관적 근거가 없는데도 사망원인을 추정하는 것은 자칫 범죄 은폐를 의사가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한편 사망원인을 불상으로 기재하면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변사자로 신고해야 하고 변사자로 신고하면 수사를 거쳐야 할 수 있습니다.
- 범죄 은폐와 장례 불편의 양 극단의 사이에서 의사의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여야 합니다.
- 가장 흔한 사례가 노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 비록 노인이 갑자기 사망하였을지라도 병력을 면밀히 살피면 진단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든지(급성 심근경색), 토한 흔적이 있다거나(급성 뇌출혈 등), 며칠 식사를 잘 못했다(감염증 등)와 같은 예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망진단서에서 보는 흔한 잘못
- 불확실한 병명 : 노환, 노쇠는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에 나타나는 신체의 상태로 사망원인에 기재할 진단명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외에 불확실한 병명으로 흔히 쓰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 원인을 모르는 직접사인만 기재 : '위장관 출혈'이나 '흡인성 폐렴'등의 직접사인만을 기재하고 그 원인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직접사인을 유발한 원인, 예컨대 '식도정맥류 파열', '뇌경색'처럼 각각의 원인을 기재하여야 합니다. 다만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직접사인만을 기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과관계의 오류 : 예를 들어 직접사인에 '뇌경색증'을 쓰고 그 아래에 '흡인성 폐렴'을 쓰면 인과관계가 바뀌어서 '흡인성 폐렴'이 '뇌경색증'의 원인이 됩니다. 이와 같이 인과관계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게 주의합니다.
- 심장정지, 호흡정지, 심장마비 등 : 가장 흔한 오류 가운데 하나로 직접사인으로 죽음의 현상을 기재하는 것입니다.
- 사고의 종류를 알 수 없는 외인사 : 손상의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판단한 만큼을 기재해야 합니다.
- 한 칸에 두 개 이상의 사망원인 :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였더라도 사망의 과정을 요약하여 가장 중요한 진단명 하나를 기록합니다.
Reference) 대한의사협회(2015), 진단서 등 작성, 교부 지침
'응급의학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비뼈(늑골) 골절의 증상, 진단 및 치료, 회복기간 등에 대해 (72) | 2023.11.15 |
---|---|
코뼈 골절의 증상 및 치료, 수술 등에 대해 (84) | 2023.11.13 |
포유류 교상(개 물림, 고양이 물림, 사람 물림)의 치료 및 대처법 (59) | 2023.10.31 |
올바른 응급실 이용 방법 - 언제, 어디로, 어떻게, 주의사항 등에 대해 (74) | 2023.10.25 |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 요구 인력, 채용/파견 절차 (0) | 2023.07.26 |